EU 원산지 물품을 영국의 물류창고에 보관하신 후 한국으로 수입할 계획에 대해 문의 주셨습니다. 한-영 FTA 발효 후 이러한 거래 형태(BWT 거래)가 한-EU FTA에 따른 직접운송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한-영 FTA 발효 이후 영국은 한-EU FTA의 비당사국이 되므로, EU를 원산지로 하는 상품이 영국의 물류창고에 보관된 후 우리나라로 운송되는 경우는 한-EU FTA에 따른 직접운송 요건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이는 원산지 상품이 FTA 체결 당사국 영역 내에서만 이동하거나, 비당사국을 경유하더라도 엄격한 조건 하에만 직접운송으로 인정되는 FTA 원칙 때문입니다.
FTA 원산지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해당 물품이 협정에서 정하는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 것 외에, '직접운송 원칙' 또한 반드시 충족해야 합니다. 직접운송 원칙이란, 원산지 상품이 협정 당사국 간에 직접 운송되어야 하며, 비당사국을 경유하는 경우에도 상품이 비당사국에서 하역, 환적, 일시 장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비당사국의 영역에 보관되거나 상업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한-EU FTA 제15조 및 그 이행을 위한 국내 규정에서 이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사례에서 영국은 더 이상 한-EU FTA의 당사국이 아닙니다.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였고, 우리나라는 영국과 별도의 한-영 FTA를 체결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EU 원산지 물품이 영국 영토 내에 위치한 물류창고에 '보관'되는 행위는, EU와 한국이라는 두 FTA 당사국 간의 '단일 탁송화물(Single Consignment)' 요건을 위반하게 됩니다. 단일 탁송화물은 통상적으로 원산지국에서 수입국까지 단일한 운송서류(예: 선하증권, 항공화물운송장)에 의해 운송되는 화물을 의미하며, 비당사국에서의 장기 보관은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비당사국을 경유하는 경우라도 직접운송으로 인정받기 위한 예외 조항은 존재합니다. 주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질문자님의 경우처럼 영국의 물류창고에 '보관'하는 것은 단순 경유를 넘어선 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보관'은 위 세 번째 조건인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기 위한 작업'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해석되며, 물품이 비당사국 내에서 일정 기간 유통되거나 재고로 관리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상업거래에 투입되지 않음'이라는 네 번째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영국 물류창고에 보관된 EU산 물품은 한-EU FTA의 직접운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EU산 물품은 한국 수입 시 한-EU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없으며, 일반적인 WTO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적용될 것입니다. 만약 EU산 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하면서 한-EU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고자 하신다면, 영국을 경유하지 않고 EU에서 한국으로 직접 운송하는 방안을 강구하시거나, 영국 물류창고를 이용해야 한다면 위의 직접운송 예외 조건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는 운송 및 보관 방식(예: 세관 통제 하의 단순 환적)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해당 경유 국가의 세관 당국으로부터 비당사국 경유에 대한 증빙 서류를 철저히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관'이라는 행위 자체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