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님께서 문의하신 상황은 한-EU FTA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실무적으로 매우 자주 혼동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인증수출자인 독일의 수출자가 제조자의 인증번호를 사용하여 발행한 원산지신고서는 유효하지 않으며, 이를 통한 협정관세 적용은 불가능합니다. 관세법 및 FTA 협정의 원칙에 근거하여 그 이유와 주의사항을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한-EU FTA의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전체 가격이 6,000유로를 초과하는 물품에 대하여 협정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세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인증수출자(Approved Exporter)만이 원산지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수출자'란 단순히 물건을 물리적으로 보내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물품에 대한 원산지 지위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출국 내에 소재하면서 원산지 검증 시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를 의미합니다.
협정문상 원산지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주체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질문자님의 사례에서 수출자가 비인증수출자라면, 설령 물품을 만든 제조자가 인증수출자라 할지라도 그 인증번호는 제조자에게 귀속된 고유 권한이므로, 별개의 법인인 수출자가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인용하여 원산지 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원산지신고서는 일반적으로 상업송장(Invoice), 인도증서(Delivery Note) 또는 패킹리스트(Packing List) 등 상업 서류에 기재되어야 합니다. 이때 서류를 발행하는 주체와 원산지 신고를 하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동일해야 합니다. 비인증수출자인 독일 수출자가 패킹리스트를 발행하면서 본인의 명의 아래 제조자의 인증번호를 기재하는 것은 권한 없는 자에 의한 작성으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원산지신고서가 한국 세관에 제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따라서 질문자님께서는 현재의 서류 구조로는 혜택을 받을 수 없음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실제 수출자가 해당 품목번호(HS Code)에 대해 관세당국으로부터 직접 인증수출자 지위를 획득하거나, 제조자가 직접 수출자로서 상업 서류를 발행하고 원산지 신고를 진행하는 구조로 거래 형식을 변경해야 합니다.
만약 독일 수출자가 인증수출자 자격을 단기간 내에 취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은 대안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수출 총액이 6,000유로 이하인 경우에는 인증수출자 번호 없이도 원산지신고서 문안 기재만으로 협정 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금액이 이를 초과한다면 반드시 인증번호가 필요합니다.
둘째, 거래 구조를 변경하여 인증수출자인 제조자가 직접 한국의 수입자에게 송장을 발행하고 수출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제조자가 본인의 인증번호를 사용하여 적법하게 원산지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셋째, 독일 수출자가 지금이라도 독일 관세청에 인증수출자 신청을 하도록 독려하는 것입니다. EU의 경우 한국보다 인증 절차가 비교적 간소하거나 신속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향후 지속적인 거래가 예상된다면 수출자의 인증 취득이 가장 근본적이고 안전한 해결책입니다. 질문자님께서는 수입 전 반드시 해당 서류의 유효성을 전문 관세사를 통해 사전 검토받으시어 불필요한 관세 리스크를 방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