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Parallel Import)은 독점수입권자가 존재하는 외국 상품을 제3자가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국내 독점수입권자의 허락 없이 수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병행수입의 핵심 전제는 바로 '진정상품(Genuine Goods)'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진정상품이란 해당 상표가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권을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에 의해 부착되어 배포된 상품을 말합니다. 병행수입은 이러한 진정상품에 대해서만 논의될 수 있으며, 위조품이나 모조품은 병행수입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됩니다.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은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로 보지 않아 허용됩니다. 이는 '상표권 소진 이론'에 기반을 둔 것으로, 상표권자가 한번 유통시킨 상품에 대해서는 그 이후의 유통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국내 상표권자의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상표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으며, 질문자님께서 질의하신 것처럼 국내외 상표권 관계나 국내 제조 여부에 따라 그 허용 기준이 구체적으로 달라집니다.
상표권 침해 없이 병행수입이 가능한 구체적인 허용 기준
상표가 외국에서 적법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에 의하여 부착되어 배포된 진정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다음의 조건들을 충족하면 상표권 침해로 보지 않아 병행수입이 가능합니다.
1. 국내외 상표권자의 동일성 또는 동일인 간주 관계: 국내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포함)와 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이거나, 계열회사 관계, 수입대리점 관계 등 실질적으로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관계에 있을 때 병행수입은 상표권 침해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상표권자가 동일한 경제적 주체에 속하기 때문에, 상표권자가 스스로 유통시킨 상품으로 간주하여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로서는 상품의 출처에 대한 혼동의 여지가 적습니다.
2. 국내 상표권자에 의한 진정상품의 수입 및 판매 이력: 국내 상표권자가 해외 상표권자와 동일인 관계가 아니면서도, 국내 상표권자가 외국에서 생산된 해당 진정상품을 이미 국내로 수입하거나 판매한 이력이 있는 경우 병행수입이 허용됩니다. 국내 상표권자가 이미 해당 진정상품을 국내 시장에 유통시킨 적이 있다면, 제3자의 병행수입 또한 상표의 품질 보증 기능에 혼란을 주지 않는다고 보며, 이는 상표권자가 해당 상품의 국내 유통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3. 국내 상표권자가 수출한 물품의 재수입: 국내 상표권자가 해외로 수출했던 물품이 다시 국내로 수입되는 경우, 이는 상표권 침해로 보지 않습니다. 본래 국내 상표권자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해외로 내보낸 상품이므로, 그 상품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은 상표권자의 유통 범위 내에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흔히 역수입(re-import)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4. 주문제작 견본품의 수입 (입증 자료 제출 필수): 외국 상표권자의 요청에 따라 주문 제작하기 위한 견본품을 수입하면서, 이에 대한 입증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표권 침해 없이 수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품의 판매 목적이 아닌, 특정 계약 이행을 위한 한정적이고 특수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견본품임을 명확히 증명하는 서류(예: 계약서, 요청서, 발주서 등)가 필수적입니다.
5. 처분 제한 없는 양도담보 제공 물품의 수입: 상표권자가 처분 제한 없는 조건으로 양도담보를 제공한 물품을 해당 상표에 대한 권리가 없는 자가 수입하는 경우에도 병행수입이 허용됩니다. 상표권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해당 물품의 처분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이후의 유통에 대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상표권자가 해당 물품의 유통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표권 침해로 보아 병행수입이 불가능한 경우 (주로 국내 제조 관련)
반대로, 다음의 경우에는 진정상품이라 할지라도 국내 상표권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상표권 침해로 보아 병행수입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주로 국내 상표권자가 제품의 생산을 직접 관여하거나, 국내 시장 유통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1. 국내 상표권자가 전량 국내에서 제조하는 경우: 국내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가 부착된 지정상품을 전량 국내에서 직접 제조하는 경우(국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조 포함) 병행수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국내 상표권자가 해당 상품의 유일한 생산 및 유통 주체이므로, 해외에서 생산된 동일 상표의 상품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국내 상표권자가 국내 시장에 유통시킨 적이 없는 상품이므로 병행수입은 상표권자의 독점적 권리를 침해하게 됩니다. 소비자는 국내 제조 상품과 해외 병행수입 상품 간에 혼동을 겪을 수 있습니다.
2. 국내 상표권자가 해외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하여 수입하는 경우: 국내 상표권자가 해외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해당 상표가 부착된 상품을 제조하여 수입하는 경우에도 병행수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비록 해외에서 생산되었더라도, 생산 지시와 상표 부착 권한이 국내 상표권자에게 있으므로, 이는 사실상 국내 상표권자의 제조 상품으로 간주됩니다. 이러한 상품은 국내 상표권자의 유통 시스템을 통해서만 공급되므로, 다른 경로를 통한 수입은 상표권 침해로 봅니다.
3. 국내 상표권자가 부분품을 수입하여 가공 또는 조립 후 완제품 생산하는 경우: 국내 상표권자가 해당 상표가 부착된 부분품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조립하거나 일부 가공한 뒤, 수입된 부분품과 HS 6단위 세번이 다른 완제품을 생산하는 경우에도 병행수입은 불가합니다. 이 경우 완제품은 국내 상표권자에 의해 국내에서 최종적으로 완성된 상품으로 간주됩니다. 상표는 완제품에 부착되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완제품의 병행수입은 국내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됩니다. HS 6단위 세번이 다르다는 것은 단순히 조립을 넘어선 실질적인 가공 또는 제조 행위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병행수입의 허용 여부는 진정상품 여부뿐만 아니라 국내외 상표권자의 관계, 그리고 국내 상표권자의 제조 및 유통 방식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상표권 침해는 통관 단계에서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으므로, 병행수입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전에 해당 상표의 국내외 권리 관계 및 제품의 생산/유통 이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세관에서는 통관 시 상표권 침해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며, 병행수입이 불가능한 상품을 수입하려 할 경우 통관 보류, 압류, 심지어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정확한 판단과 안전한 통관을 위해서는 관세사와의 상담을 통해 해당 제품의 병행수입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